박열은 2017년 개봉한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이자 아나키스트였던 박열과 그의 연인이자 동지였던 가네코 후미코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이제훈이 박열 역을, 최희서가 가네코 후미코 역을 맡아 열연했다.
1. 영화의 배경
영화는 1923년을 배경으로 한다. 이 시기는 일본이 조선을 강점한 후, 독립운동을 탄압하고 민족 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였다. 특히,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 학살 사건이 벌어지면서 조선인에 대한 차별과 탄압이 더욱 심해졌다. 일본 정부는 이를 은폐하고자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여론을 돌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박열을 희생양으로 삼아 ‘조선인 폭동 음모’를 조작했다.
2. 줄거리
박열은 일본 도쿄에서 활동하던 무정부주의자(아나키스트)로, ‘불령사(不逞社)’라는 단체를 조직하여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고 독립운동을 전개했다. 일본 정부는 간토 대지진 이후 조선인을 억압하기 위한 명분을 찾던 중,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를 표적으로 삼아 ‘천황 암살 음모’ 혐의를 씌운다. 일본 법정에서 박열과 후미코는 당당하게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신념을 굽히지 않는다. 박열은 재판 과정에서 일본 천황 암살을 기도했다는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하는 대신, 오히려 자신이 천황을 암살하려 했다고 선언하며 일본 제국주의의 부당함을 폭로한다. 그의 연인 가네코 후미코 역시 박열과 함께 법정에서 당당히 맞서며 일본의 억압에 저항한다.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인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사회의 불합리한 계급 구조와 조선인에 대한 차별을 강하게 비판하며, 조선 독립운동을 지지한다. 그녀는 법정에서 자신이 일본 사회에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을 증언하며, 일본 정부의 위선을 폭로한다. 결국 박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되지만, 가네코 후미코는 옥중에서 자결하며 생을 마감한다. 영화는 박열이 끝까지 신념을 지키며 일본 제국주의에 맞선 모습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3. 영화의 주요 특징
1) 실화 바탕의 역사적 사실 재현
박열은 철저한 사료 조사와 연구를 바탕으로 실화를 충실히 재현한 작품이다. 실제로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는 1923년 일본에서 체포되어 재판을 받았으며, 박열은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오랜 기간 옥살이를 했다. 영화는 이 과정을 세밀하게 그려내며 당시의 시대적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2) 강렬한 캐릭터와 배우들의 연기
이제훈이 연기한 박열은 신념을 굽히지 않는 강인한 인물로 묘사되며, 일본 법정을 자신의 투쟁의 장으로 활용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법정 장면에서 일본 검찰과 판사들에게 조목조목 반박하며 오히려 일본 제국주의의 모순을 드러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희서가 연기한 가네코 후미코는 당시 일본 사회에서 보기 드문 강인한 여성 캐릭터다. 그녀는 단순한 조력자가 아니라, 박열과 동등한 독립운동가이자 사상가로서 등장하며, 박열 못지않은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특히 영화에서 후미코가 직접 남긴 옥중 수기 “나는 나”의 내용을 바탕으로 그녀의 신념과 가치관이 설득력 있게 전달된다.
3) 일제강점기 조선인과 일본 사회의 관계
영화는 조선인이 일본에서 겪었던 차별과 억압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일본 정부가 조선인을 희생양 삼아 여론을 조작하는 과정, 조선인들이 도쿄에서 살아가며 겪는 차별적 현실 등이 영화 속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4) 법정 드라마적 요소와 메시지
박열은 단순한 역사극이 아니라, 법정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하다. 박열과 후미코가 일본 법정을 자신들의 신념을 드러내는 무대로 활용하는 과정이 영화의 핵심이다. 이들은 위축되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일본 제국주의를 비판하며 자신들의 사상을 전파한다. 이러한 장면들은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4. 영화의 의의 및 평가
1) 항일운동가 박열의 재조명
박열은 한국 독립운동사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인물이었지만,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그의 투쟁 방식은 무력 항쟁이 아닌 사상적, 철학적 저항이었으며, 일본 법정을 무대로 일본 제국주의의 위선을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2) 가네코 후미코의 존재 재조명
가네코 후미코는 일본인으로서 조선 독립운동을 지지한 독특한 인물이다. 그녀는 일본 사회에서도 차별받는 계층 출신이었고, 이에 대한 저항심이 박열과의 연대와 독립운동으로 이어졌다. 영화는 그녀를 단순한 조력자로 그리지 않고, 독립적인 사상가이자 저항가로 조명했다.
3) 일제강점기 역사에 대한 현대적 해석
박열은 단순한 항일 영화가 아니다. 이 영화는 단순히 조선인이 일본에 저항한 이야기를 넘어, 억압받는 자들이 어떻게 연대하고 저항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조선인과 일본인이라는 국적의 경계를 넘어, 식민지 지배와 계급적 억압에 대한 보편적 저항의 의미를 강조한다.
4) 배우들의 연기와 연출의 완성도
이제훈과 최희서의 연기는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였다. 특히 최희서는 가네코 후미코 역할로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을 비롯한 여러 상을 수상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또한 이준익 감독 특유의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연출이 영화의 몰입도를 높였다.
5. 결론
영화 박열은 단순한 항일 투쟁 영화가 아니라, 사상과 철학,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작품이다.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가 일본 법정에서 보여준 당당한 태도와 신념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남긴다. 특히, 단순한 민족주의적 관점이 아니라 억압받는 자들의 연대와 저항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독특한 의미를 가진다. 이 영화는 한국 관객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화제가 되었으며, 박열과 가네코 후미코라는 인물들을 새롭게 조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강렬한 법정 드라마와 배우들의 명연기가 어우러져,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